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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시간: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의 색깔

도하르방 2019. 2. 15. 21:34

 봄이 오고 있다. 사람들의 가벼워진 옷차림에서, 코끝에 와닿는 한결 포근해진 바깥 공기에서, 조금씩 길어지는 해를 보며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이른 아침, 그러니까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시간의 어스름한 푸른색을 사랑한다. 모두가 잠든 시간, 창문으로 들어오는 푸른 빛에 의지해 글을 쓰는 시간을 '푸른 시간'이라고 부르고 있다. 가끔 이 시간을 혼자 만끽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치게 좋을 때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그 인기척이 내 방을 향하지 않더라도- 괜히 아쉽다. 전등 없이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 몇 조각에 의지해 글을 쓰는 행위는 낭만적이다. 글을 쓰다가도 찰나를 즐기고 싶어 지그시 눈을 감는다.


 조금씩 이 시간이 빨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봄이 오고 해 뜨는 시간이 빨라질수록 푸른 시간도 빨라지겠지. 이 시간을 계속해서 만끽하고 싶다면 조금씩 일어나는 시간을 당겨와야겠지. 일찍 일어날 것인가, 다른 시간을 즐길 것인가. 일단은 조금씩이라도 일찍 일어나보려고 한다. 아직은 푸른 시간을 놓아 줄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으니까. 더는 아침 해를 좇아가는 게 힘들어진다면 그때 또 새로운 시간의 색깔을 찾으면 되니까.


 '어짜피 미래는 불확실한 것. 온갖 변수를 끄집어내 불안해하며 종종대봤자 삶만 어수선해진다. 몇 가지 대비책이 쓰잘 데 없다고야 할 수는 없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대비는 마음 가짐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최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