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17.
벌써 며칠째 미뤄왔던 짐 싸기를 끝냈다. 시작하니 금방 끝나는 것을 시작하기가 싫어 이렇게 미뤄왔구나 싶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빨리 끝냈다. 내일이면, 요 며칠간은 한국에 없겠구나.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원래 여행을 앞두고는 조금 설레지 않나?
캐나다에서 돌아온 이후 만지지 않던 카메라를 찾았다. 무려 2GB짜리 SD카드가 들어있었다.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USB가 16GB인걸 고려하면 정말 적은 용량이다. 미리 알았으면 좀 더 큰 용량의 SD카드를 준비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2GB로도 충분히 잘 살아왔기에. 이번 여행에서 불편을 느끼게 된다면 혹 몰라. SD카드에는 캐나다에서의 사진들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밴프 여행, 그리고 캐나다 공항에서의 사진 몇 장.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팀 홀튼에서 커피와 도넛을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캐나다를 떠나기 직전에도 팀 홀튼에서 커피와 도넛을 먹었었구나. 캐나다에서의 시작도 끝도 팀 홀튼이었네.
생각보다 노트북에 용량이 별로 없다. 외장 하드를 하나 살 때가 되었나.
간혹, 타인이 나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들을 건너서 전해 듣곤 한다. 그들은 내 인생에 대해 쉽게 말하곤 한다. 가끔은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은 무지개가 잘 들었다. 어린 나는 깨진 빛의 조각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누워있곤 했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내가 누군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앞으로 며칠간 일상은 비일상이 되고, 비일상이 일상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