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술연구소/제현주, 금정연
"내일은 막막하고 마음은 불안한 시대, 좋은 일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기술을 연구합니다."
동명의 팟캐스트를 책으로 옮긴 이 책은, 말을 글로 옮겨서인지 확실히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일상을 잘 보내기 위한 열 가지 기술(돈 관리, 일 벌이기, 배우고 가르치기, 함께 살기, 손으로 만들기, 축적과 정리, 생활 체력, 작은 가게 꾸리기, 프리랜서로 일하기, 무리 짓기-협동 조합-)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소개한다.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일 것이다. 돈을 관리하는 것도, 일을 벌이는 것도 모두 나를 잘 아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같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내가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내가 원하는 삶을 그려볼 수 있고 그 삶에 가까워질 수 있을 텐데, 모두가 선택하는 길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관적 판단 없이 따르려 하니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기술들 또한 가이드라인 또는 시작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나의 삶에 맞게 끊임없이 수정 과정을 거쳐 자기화했을 때 더욱더 좋은 기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롤로그에서는 늘 빡빡한 일상에서 빈틈을 만들고, 지금은 딴짓처럼 보이는 작은 시도들을 할 때, 거기에서 해보기 전에는 몰랐던 가능성이 생겨납니다. 라고 전하고 있다. 내가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해보는 것, 뭐가 되었던 주사위를 던져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큰 기대 없이 하나씩,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시도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뭐가 되었건 일단 시작해보는 걸로. 그것이 결과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건, 싫어하는 일이 되건 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걸로.
결국은 자신이에요. 돈 이야기를 할 때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나한테 맞춰야 해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내가 뭔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내가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남들과 애정을 주고 받을 수 없다고 느낄 때 사람은 물질공세를 하게 되어 있어요. 이처럼 돈은 자신의 욕망과 감정, 이런 것들을 많이 실어 날라요.
욕망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욕망이 커진 건 자본주의 사회가 부추긴 탓도 있지만 자신의 감정이 타인에게 수용되지 못하면서 뻥 뚤린 듯한 마음을 돈으로 메우려 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제가 저를 스스로 운용하는 방식은 실속 없는 명예로운 일 여덟 개를 합쳐서 최소한의 실속이 되게끔 하는 거여요.
배우는 일에서의 슬럼프를 표현하는 일로 풀고, 표현하는 일에서의 슬럼프를 배우는 일로 풀고, 이 두가지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굴러간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아랑: 우선 몸에 힘을 빼는 순간을 찾는 것, 어떤 활동에서든 이게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하고요. 두 번째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 그냥 주어진 걸 아무 생각없이 따르는 아니라, 내 생각에 의해서 선택할 수 있는 걸 많이 만들어내면 점점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쓸데없는 일을 나 자신에게 허락해주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책임: 저는 마지막 말에 특히 공감해요. 쓸데없는 것, 쓸데 있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국 그건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기준이잖아요.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남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일이지만 나한테는 재밌는 일이거나 해보고 싶은 일을 그냥 할 수 있는 것, 남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하건 말건 상관없이 밀고 나가는 것, 그 안에서 생겨나는 게 자기완결성이라고 생각해요. 객관적 쓸모와 상관없이 끝까지 밀고 나갔을 때 생겨나는 만족감이 삶의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건 중요해요. 그런데 남의 얘기만 듣고 쉽게 결정을 바꾸거나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주변 이야기 들었으면, 진작 때려치웠어야 해요. 자신만큼 그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는 사람은 없어요. 본인에게 확신을 가지면 좋겠어요. 그래야 어렵고 힘든 시간이 닥쳤을 때도 이겨낼 수 있어요.
자아를 채워주는 일과 통장을 채워주는 일
+) YES24에서 제현주 님과 이 책을 기반으로 진행한 인터뷰가 있어 주소 링크를 첨부합니다. 책에 관심이 생기신 분은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http://ch.yes24.com/Article/View/33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