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단상들
19.08.10.
도하르방
2019. 8. 10. 22:42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 놓인 내 손이 낯설었다. 원래 저렇게 핏줄이 불거져 보였던가. 에스컬레이터가 위층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내 손을 이리저리 관찰했다. 이전에도 저렇게 뼈가 두드러져 보였던가. 피부밑으로 푸른 핏줄이 비쳐 보였다. 손가락을 까닥까닥 움직여보았다. 손잡이를 놓고서 손가락을 쭉 뻗었다. 늘 보던 손인데. 위층에 도달한 뒤로 눈은 손을 떠났지만, 마음은 손을 떠나지 못했다. 무엇이 내 손을 낯설어 보이게 했을까?
나이가 들수록 한 가지 물건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충성고객이라고 해도 될까. 인생이 끝없이 나에게 최상인 것들을 선택하는 과정이라면, 이제는 최고의 무언가를 찾아 도전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면 그 상태에서 더 이상의 모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삶에 있어 사소한 것들 몇 가지에서의 모험을 끝냈다고 해도, 여전히 내 삶에 남아있는 모험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