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

19.10.06. 어떤 관계 2

도하르방 2019. 10. 6. 22:33

 “잘 주무셨어용?♡♡♡

 아침부터 S 씨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도로 침대에 누웠다. 벌써 피곤해. 정말 특별한 일, 또는 친해진 관계가 아니고서는 누군가에게 하트를 남발하지 않는 편이었다. S 씨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하트를 나에게 보냈다. 하트 없이는 말을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사람 같았다.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카카오톡이나 메신저를 통해 대화할 때에는 그가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나 말투를 은연중에 흉내 내곤 했지만, S 씨의 하트는 영 부담스러웠다. 저 많은 텅 빈 하트가 공허해 보였다. 기분 탓이겠지. “~ S 씨도 잘 잤어용??” 카톡을 보내고 생각했다. 나는 왜 S 씨가 부담스러운가에 대하여. 나는 왜 그의 친절이, 호의가 불편한지에 대하여. 원인을 찾아야만 했다. 내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내 생각을 고쳐야 했고, 그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이 관계의 선을 명확히 해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불편함을 느끼는 원인은 여러 가지였다. 아니, 하나가 불편하기 시작하니까 다른 사소한 것들까지도 불편하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시작점은 그가 던졌던 질문이었다. “요즘 가장 걱정하고 있는 문제는 뭐에요? 언니는 앞으로 어떻게 살 생각이에요?”

 내가 이 질문에 불편함을 느꼈던 이유는 과거의 경험들 때문이다. 스무 살부터 나는 뭐가 씌었나 싶을 정도로 사이비 종교인에게 자주 붙들렸다. 도를 아십니까부터 신천지, 하나님의 교회 등. 사이비 종교인뿐 아니라 일반적인 종교인들, 기독교 등, 에게도 자주 붙들리곤 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해 달라거나, 요즘 힘든 일이 있냐는 식의 질문으로 다가온 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곤 했다. 세상에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은 내가 가진 불안감을 자극했고, 그들의 그분을 믿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곤 했다. 그들 특유의 나사 빠진 낙관주의는 자주 나의 발작 스위치를 깔짝거렸다. 나는 S 씨의 질문에서 그들이 풍겼던 당신이 불안하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어. 그리고 우리의 그분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분이시지.’라는 분위기를 느꼈다. 주말에는 교회에 간다던 말도 나의 불안을 증폭시킨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그러니까 S 씨의 호의는, 어딘가 그들의 호의와 비슷한 냄새를 풍겼다. 내가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S 씨가 종교적인 이유로 나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했다. 이것은 내가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종류의 확신이 아니었다. 다짜고짜 혹시 저에게 종교를 전도하려는 마음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S 씨와의 약속 날짜는 빨리 다가왔다. 그러니까, 우리는 내일 내가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S 씨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카페가 있었는데, 싸한 기분이 들어서 내가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보자고 했다. S 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장문의 카톡이 왔다. “다름이 아니라..ㅎㅎ 제가 아는 언니가 있는데 전시회 준비 중이거든요~ 그래서 바로 전시를 하기 전에 아는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으려고 하는데 만나서 한 번 들어주기만 하면 되거든용ㅎㅎ 혹시 내일 만날 때 같이 만나주실 수 있나용?♡ ㅎㅎ,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수법인데. 나는 계속해서 그가 종교적인 이유로 나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으려고 혈안인데, 그는 자꾸만 내가 만났던 종교인들과 비슷한 패턴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 혹시 종교적인 건 아니죠? ㅎㅎ답장을 보내고는 옆에 있던 동생에게 휴대폰을 넘겼다. “이거 카톡 수상한지 한번 봐주라. 맨 밑에 것만 보면 돼.” 동생은 카톡을 읽고는 말했다. “좀 수상쩍기는 한데 언니 너무 돌직구 아냐?” “돌직구를 던져놔야 앞으로 허튼소리 안 하지.” “근데 누가 이런 질문에 , 이건 종교적인 겁니다.’라고 대답해.”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가 보냈던 카톡의 1은 없어졌다. S 씨에게서 답장이 온 건 10분 뒤였다. “에이~ 아니에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아니라면 왜 카톡을 확인한 뒤에도 10분이나 더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좀 더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S , 저는 S 씨랑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지 다른 사람 만나고 싶은 건 아닌데, 꼭 내일 같이 만나야 해요? 저는 좀 불편해서요. 제가 뭐 미술 쪽으로 보는 눈이 있는 것도 아니라 도움도 안 될 것 같고요.” “.. 그렇군요” “, 그래요. 다른 분께 부탁드려봐요 ㅎㅎ” “알겠오용ㅎㅎ 오늘은 잘 쉬고 계세용??그리고 대화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S 씨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불신은 자꾸만 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