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정희진 외

도하르방 2019. 1. 12. 16:12

청소년들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 투표권, 혼인가능연령,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이 주어진다면 게일 루빈의 말처럼 더는 섹스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의제 강간 문제는 이제 섹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문제로 비로소 방향을 잡아갈 수 있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정희진 외


 앞에서 다뤘던 주제(음란과 폭력을 다시 생각한다, 전 지방검찰청장 사건의 등장)에서 만약 목격자가 청소년 여성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크게 문제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그 분석 자체에는 동의했으나, 어째서 그런 분석 결과가 나오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는데 이 구절을 통해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성적 자기 결정권, 투표권, 혼인 가능 연령, 직업 선택의 자유 등 아무것도 갖지 못한 청소년 여성이었기에 다른 누구보다도 더 큰 피해자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나는 의제 강간 문제가 비단 성인과 미성년자 간의 섹스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성인 내에서도 권력의 위계가 있다면 얼마든지 의제 강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으며, '안희정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미투 운동을 통해 확인했지 않은가.


 의제 강간 문제를 성인과 미성년자 간의 섹스를 넘어, 성인과 성인 간의 섹스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가끔은 윗선에서만 깨달으면 문제가 해결될 텐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떠먹여 주는 밥상도 걷어차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