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25. 읽은 책
철학하는 여자가 강하다, 레베카 라인하르트
: 개인적으로는 제목보다 부제인 '능력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가 책과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책에서는 현대 여성이 무기력한 이유를 분석하고, 철학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고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후반부에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여성 지도자로서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메르켈 총리는 심지어 독일인인데!- 왜 굳이 여성성을 강조하는 셰릴 샌드버그를 예시로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책을 토대로 실생활에 철학을 하나씩 적용해 나갈 때 빛을 발할 수 있을 책.
연애하지 않을 권리, 엘리
: (tmi 주의)탈코르셋 과정에서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7년 연애의 종지부가 되었고, 연애를 끝낸 나는 공허했다. 내가 사랑이라고 믿어왔던 것은 무엇이고, 네가 사랑했던 건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내 주변의 누구도 내가 느끼는 공허감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못했다. 내 편이라고 생각해왔던 사람들조차 남자친구의 편이었다. 관계가 끝난 건 순전히 내 탓이라고, 지금이라도 붙잡아보라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내가 받은 상처를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그 상처들마저도 내 탓이라고 말할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 말들을 흘러 넘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상처투성이인 내 마음은 흐르는 바람에도 쓰라렸다. 연애가 '쫑난' 나에게 혼자여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내가 텀블벅에서 이 책을 보고 홀린 듯 후원하게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모두가 연애를 외칠 때, 연애하지 않을 권리라니! 그리고 받았다. 무심히, 문제인 줄도 몰랐던 문제들부터 나 또한 가부장제에서 여성으로서 부당하다고 생각해왔던 문제들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이라 순식간에 읽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책을 주문했을 당시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훌쩍 커버려서, 주문했을 당시에 바로 받았었다면 내가 나의 중심을 잡는 데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을 텐데 하는 것인데, 내가 만든 나의 중심이 틀리지 않았다고 누군가가 다독여주는 기분이 들어서 또 이거대로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페미니즘 도서들이 페미니즘의 선봉장, 선봉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나보다 몇 걸음 앞서있는 누군가가 (절대 작가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나도 이런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으니, 너도 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아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고 마음에 와 닿았다. 끝나버린 연애 앞에서 공허감에 휩싸여 있을 때, '네가 지금 외롭고 공허한 것은 좋은 남자를 못 만나서가 아니라 네 자의식을 제대로 표출할 수단과 방법을 찾지 못해서야'라고 넌지시 말해주는 언니 같은 책.
공간의 위로, 소린 밸브스
: 최근에 개인 카페를 자주 방문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지내는 공간을 다시 꾸미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어떻게 내 방을 고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어 빌린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소린 밸브스에게 집이란 자신의 가장 깊은 꿈과 열망을 표현하고 실현하도록 응원하는 장소로, 책을 통해 집을 꾸밈으로써 내 꿈과 열망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더불어 어떻게 내 삶을 살아가야 할지, 사랑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도. 이 책을 다 읽은 나의 방은 읽기 전과 똑같다. 그렇지만 막연하게 꿈꾸던 이상들을 어떻게 내 방으로 들여올지에 대한 고민은 시작됐다. 남들과 비슷한, 유행하는 인테리어가 아니라 영혼의 안식처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