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르방 2019. 2. 1. 15:55

 내 인생 내가 개척해나가야 할 시기.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무슨 일이 생기니 그렇지 않은 기분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 앞에서 나는 망연자실했다. 이내 분노가 치밀어올랐고, 분노는 나를 향했다. 나는 왜 미리 준비하지 않았지? 나는 왜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그러던 중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에 화를 내야 했다. 피해자는 나였다. 나는 나에게 분노해야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분노해야 한다.


 부당한 처사가 있었음에도 다들 모른 체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래서 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있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 누구와 있을 때보다도 나다운 내가 될 때가 있다. 어딘가의 작은 마을에 가고 싶다. 그곳에서 온전히 나로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


 흔들리는 것은 상황이 아니라 나다. 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면, 단단하다면 바람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