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르방 2019. 2. 4. 14:32

 이른 아침, 엄마는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으로 가셨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제사를 지내는 것인가? 정말 조상 덕 본 사람들은 이런 날 해외에 있을 텐데.


 귀성길 정오에 절정. 명절 당일 새벽에 움직이는 우리 가족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이지만, 인기 검색어를 볼 때마다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다. 어릴 때부터 상상했던 상상 중 하나는 저승도 차량 정체가 심하다는 거였다. 어려서부터 후손들이 차려주는 밥 한 끼 먹겠다고 저승에서 이승으로 올라오는 길이 붐비는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그에 대한 감상은 자라면서 변했는데, 어렸을 때는 "와! 그렇게까지 우리를 보러 오시는구나!" 였다면, 지금은 "그놈의 밥이 뭐라고 그거 한 끼 얻어먹겠다고 이승으로 기어 올라오시냐. 죽어서까지도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한다니 숨이 막힌다."로 바뀌었다.


 휴게소 인기 간식 1위는 호두과자. 그치만 호두과자는 코코호도가 제일 맛있는걸.


 '인생이 식빵 같을 땐 잼있는게 필요해' 나는 달콤한 잼보다는 고소한 버터가 좋더라. 갓 구운 식빵에 고소한 버터란.


 우리가 함께 여행을 가게 된다면 계획충(충실하다의 충) 동생2가 계획을 세우고, 아부충(충실하다의 충) 동생1이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라며 동생2의 비위를 맞춰줄 것이다. 나? 나는 너무 힘들어. 여기는 너네끼리만 갔다 오면 안 돼? 난 여기(카페)서 커피 마시면서 쉬고 있을게! 했다가 다음 여행부터 팽 당하는 역할이지 않을까. 어떻게 같은 배에서 태어났는데도 이렇게 다를까 싶어 좀 웃기긴 하다. 더 신기한 건 일상에서는 내가 제일 계획충(충실하다의 충)이라는 것이다. 여행에서만이라도 무계획적이 되고 싶은 나와, 여행에서만이라도 계획적이 되고 싶은 동생2. 아 근데 정말 여행 계획을 세우긴 해야 하는데, 이러다 아무 계획도 없이 비행기에 오르는 건 아니겠지?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방문이 반갑기보다는 당황스럽다.


 다이어리의 앞 장에 시몬느 드 브부아르의 명언을 붙여두었다. '누구도 나를 완전하게 알거나 사랑할 수 없다. 오직 내 자신만이 나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앞부분을 더 좋아한다. '어떤 타인이 나를 전적으로 책임지기에는 나는 너무 비상하고, 까다롭고, 총명하다.' 앞부분을 읽을 때마다 내 안의 자신감이 샘솟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