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더 긴 호흡으로 글을 쓰고 싶다. 한 번에 1,500자 이상의 글을 쓰고 싶다. 글을 마무리 짓고 나면 1,000자 정도, 보통은 900자 전후, 가 나온다. 좀 더 글이 길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덧붙였다가도 다시 쳐내는 작업이 반복된다. 이후에 붙인 문장은 몇 번을 다시 봐도 낯설다. 제 자리가 아닌 곳에 애써 자리 잡고 있는 것만 같다. 너라는 문장이 필요한 글이 있을 거라며, 다음에 네 자리를 찾아주겠다는 기한 없는 약속과 함께 덧붙인 글들을 지운다. 달리기를 한 지 7개월이 좀 넘었다. 처음에는 1분 뛰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이제는 5분 정도는 너끈히 달린다. 한 번에 뛸 수 있는 시간과 거리가 늘어났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글도 계속해서 쓰다 보면 더 긴 호흡으로 쓸 수 있게 되겠지..
여름은 깊어져만 가고, 벌레 때문에 잠 못 드는 밤이 많아졌다.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팔이며 다리를 물어뜯는 모기뿐 아니라(그나저나 요즘 모기는 스텔스 모기인가? 애애앵하는 짜증 나는 소리는 나지 않는데 가려워서 만져보면 부어올라 있는 게 한두번이 아니다) 늦은 시간에도 목청껏 노래하는 매미도 짜증이 나기는 매한가지다. 아무도 들어줄 사람 없는 야심한 시각에 외롭다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글쓰기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내 글을 읽어줄지, 내 생각과 느낌에 공감해줄지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글을 쓰는 것이 밤중의 매미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갑자기 혼자 누운 침대가 우주처럼 광활하게 느껴졌고, 나는 외로움에 휩싸였다. 과거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선 의도적으로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나는 나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나는 네 살 때쯤 한글을 배웠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동생이 태어날 때쯤 한글을 뗐고, 동생이 태어난 이후로는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책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이가 자신의 글을 쓰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내가 누군가의 글을 읽고 재미를 느끼듯, 누군가도 내가 쓴 글을 읽고 재미를 느끼기를, 내가 만든 세계 안에서 행복하기를 바라게 되니까. 그렇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 나는 내 마음속의 이야기에서 살아가곤 했다. 내가 내 글을 쓰지 않게 된 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였다. 내 기억 속 엄마는 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이후에 태어난 남동생까지 세 명의 자식..
어제 운전 연습을 한 탓인지 피곤하다. 어떻게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운전하고도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던 걸까. 누군가의 차를 얻어탈 때마다 마음 깊이 감사하게 된다. 나에게 글쓰기란 단단해지는 과정이다. 어려서부터 나는 속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꽤 많은 책을 읽었다. 독서를 통해 내가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남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글을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희뿌연 안개 속에서 형체만을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생각들을 온전한 하나의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은 내 생각과 가치관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내 생각을 한마디의 말로, 문단으로,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나라는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 ..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이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글을 쓰며 나 자신이 단단해지고 있다고 느꼈다. If you hate a person, you hate something in him that is part of yourself. -Hermann Hesse 누군가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생각나는 구절. 생각해야만 하는 구절. 진심을 다한 일에 후회는 없다. 계단 밑에서 어린 고양이를 만났다. 아직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는 녀석인지 꽤 가까이 가도 애웅, 고개만 갸웃한다. 그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너와 친해지고 싶어. 계속 그렇게 있어주겠니? 가끔 멍청할 것을 강요받는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할 것을 강요받는다.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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