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생각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할머니가 되어버린 나의 모습을. 눈을 감았다 뜨면 인생의 끝자락이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하여 버둥거릴 필요도, 미래를 위한 욕심도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나간 아름다웠던 날과 눈부신 오늘에 대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내가 했었던 생각, 가졌던 가치관, 그리고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내가 만났던 인연들에 대해서 곱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근심, 걱정 없이 오늘 하루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멋진 인생의 끝자락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실의 나는 좀 더 치열해야만 하겠지. 눈을 가늘게 뜬다. 좀 더 멋진 삶. 그 환상..
문을 열자 낯선 개가 반겼다. 두 발로 서니 내 어깨에 닿을 법했다. 너무 격하게 반겨서 움찔,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가게로 들어서니 기다렸다는 듯 온몸으로 나를 반겨줬다. 급하게 오느라 땀범벅이 되어버린 내 얼굴 여기저기를 정성스럽게 핥아주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정성스럽게 환대받은 게 언제였더라. 아니, 애초에 이렇게까지 환대받은 적이 있긴 하던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다정할 수 있다니, 도대체 너는 뭘 믿고 그렇게 다정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너는 뭘 믿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목덜미를 내어주는 걸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려는 걸 애써 삼켰다. 네 곁에 계속해서 좋은 사람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해줄 ..
여름은 깊어져만 가고, 벌레 때문에 잠 못 드는 밤이 많아졌다.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팔이며 다리를 물어뜯는 모기뿐 아니라(그나저나 요즘 모기는 스텔스 모기인가? 애애앵하는 짜증 나는 소리는 나지 않는데 가려워서 만져보면 부어올라 있는 게 한두번이 아니다) 늦은 시간에도 목청껏 노래하는 매미도 짜증이 나기는 매한가지다. 아무도 들어줄 사람 없는 야심한 시각에 외롭다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글쓰기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내 글을 읽어줄지, 내 생각과 느낌에 공감해줄지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글을 쓰는 것이 밤중의 매미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갑자기 혼자 누운 침대가 우주처럼 광활하게 느껴졌고, 나는 외로움에 휩싸였다. 과거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선 의도적으로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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