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4~5년 전에 봤던 글일 것이다. 취준생이던 시절, 자신이 스타트업의 임원 내지는 인사담당자라고 밝힌 그는 -사실 너무 오래되어 정확한 직함은 기억나지 않으나, 본인이 직접 면접을 본다고 밝혔던 기억은 있다- 회사가 작아 면접을 주로 카페에서 보는데, 그 자리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은 무조건 탈락시킨다고 했다. 그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지원자를 '개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비슷한 예로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들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나는 뜨끔했고,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에서 아득해졌다.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면도 없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서 내 취향에 대한 일말의 의심조차 없이 '그럼 이제 뭘 먹지?..
나는 나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나는 네 살 때쯤 한글을 배웠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동생이 태어날 때쯤 한글을 뗐고, 동생이 태어난 이후로는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책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이가 자신의 글을 쓰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내가 누군가의 글을 읽고 재미를 느끼듯, 누군가도 내가 쓴 글을 읽고 재미를 느끼기를, 내가 만든 세계 안에서 행복하기를 바라게 되니까. 그렇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 나는 내 마음속의 이야기에서 살아가곤 했다. 내가 내 글을 쓰지 않게 된 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였다. 내 기억 속 엄마는 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이후에 태어난 남동생까지 세 명의 자식..
나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어두운 공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큰 화면, 양쪽에서 울리는 큰 소리, 그 공간에서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을 가만히 앉아있어야 한다는 것까지도 나에겐 고역이었다. 왜 굳이 저런 공간에 돈을 내면서 들어가는 것일까? 이런 내가 가장 싫어했던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서는 영화 한 편 보자는 친구였다. 영화를 보는 게 목적이라면 왜 굳이 누군가와 함께 봐야 하는 거지?(그리고 왜 하필 나지?) 저 불편한 장소에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한단 말이야? 오랜만에 만나는데 꼭 스크린이나 보고 있어야 하나? 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좋은데. 내가 영화 보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계기는 넷플릭스. 프리미엄 한 ..
매주 1회씩 요가 수업을 들은 지도 벌써 4개월째다. 사실 주 1회 수업으로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 1회 수업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 요가 수업을 하러 갔을 땐, 모든 게 어려웠다. 난생처음 보는 동작들을 취하면서 함께 얘기해주는 이름들은 낯설기만 했고,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동작인지 유추할 수 없으니 선생님께서 자세를 취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동작 하나하나를 흉내 내기에 급급했다. 사실 운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이 받았다. 내 몸에 있는 줄도 몰랐던 근육들이 수업 다음 날이면 '나 여기 있다'고 소리를 질러댔으니 말이다. 한 달쯤 지났을 때, 그래도 이름을..
취미는 음악감상이라는 말만큼 재미없는 말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음악감상이라는 취미의 접근 장벽이 낮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의미겠지만, 나에게 ‘취미는 음악감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대부분 ‘나는 정말 음악이 좋아!’라는 느낌보다는 ‘어, 취미랄게 딱히 없는데. 굳이 얘기해야 한다면 음악감상?’의 느낌을 주곤 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니 자연스럽게 그 취미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 진짜 취미는 있지만 나에게 밝히기는 좀 그렇고, 누구나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을 만한 걸 내놓는 느낌이었다. 그렇던 내가, 요즘 취미로 음악을 듣고 있다. 누군가가 선곡해놓은 플레이리스트를 따라가 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노래를 부른 가수의 앨범을 차례대로 들어보기도 한다. 그중 좋았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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