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생각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할머니가 되어버린 나의 모습을. 눈을 감았다 뜨면 인생의 끝자락이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하여 버둥거릴 필요도, 미래를 위한 욕심도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나간 아름다웠던 날과 눈부신 오늘에 대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내가 했었던 생각, 가졌던 가치관, 그리고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내가 만났던 인연들에 대해서 곱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근심, 걱정 없이 오늘 하루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멋진 인생의 끝자락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실의 나는 좀 더 치열해야만 하겠지. 눈을 가늘게 뜬다. 좀 더 멋진 삶. 그 환상..
흔히들 말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딸, 아들 하나씩 낳아서 사는 거? 그게 도대체 누구 기준에서 좋은 삶이란 말인가. 한때는 나도 그런 삶을 꿈꾸었으나, 지금은 그런 삶이 그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톱니바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굳이 차별성을 찾자면 황금 톱니바퀴라고나 할까. 우리가 황금 톱니바퀴로서의 삶에 최상의 가치를 부여할 때, 누군가는 그 톱니바퀴가 창출한 부를 통해 재산을 축적하고 삶의 여유를 즐긴다. 흔히들 말하는 좋은 삶이라는 건 성실한 노예가 필요했을 누군가가 만든 허상이 아닐까. 금요일 늦은 시간 사고가 났다. 골목길에서 다른 차가 와서 들이받았다고. 그런데 오른쪽 차선 우선이라 6:4로 우리가 돈을 더 ..
가끔 동생은 쓸모없는 질문을 한다. 예를 들자면 '다음 생에 문재인의 막내딸로 태어나기 vs. 트럼프의 막내딸로 태어나기' 같은 것. (오늘 당장 죽어서 내일 태어나도 부모님 연세가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신기한 건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난 그냥 나로 살래.'라는 거다. 지금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런데도 새로운 삶을 꿈꾸지 않는 건 나는 나 자신으로써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커서가 아닐까. 현기증/알프레도 히치콕 @삼일문고 보는 내내, 특히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착잡했다. 쥬디를 매들린의 모습으로 바꿔 가는 존의 모습에서 나는 너를 보았고. 자신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사랑받고자 하는 쥬디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수 없나요?"라는 질문에 두 남자는 침묵했..
여행지에서의 나는 꽤 부지런하다. 아침 6시, 늦어도 7시에는 하루를 시작한다. 다음에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이른 아침부터 일정을 잡아도 괜찮을 것 같다. 스마트 커피 방문. 일본의 커피는 대체로 산미가 높은 것 같다. 산미가 높은 커피를 선호하지 않아서 연유도 설탕도 넣어 마셔야만 한다. 연유를 담아주는 작은 저그가 마음에 들었다. 소꿉놀이용처럼 작고 귀여운 저그.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했는데, 팬케이크가 나와서 다시 확인해보니 주문이 아예 잘못 들어간 모양이다. 팬케이크도 궁금했었지만, 오늘은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러 왔기에 프렌치토스트로 다시 받았다. 다시 받은 프렌치토스트는 퐁신퐁신 부드러웠다. 식빵이랑은 식감이 다른데, 빵부터 만드는 걸까? 우유가 맛있어서 빵도 맛있는 걸까. 일본 음식들은 대체로..
혼자 먹는 식사는 쉽게 거칠어진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힘들고 피곤하니까, 혼자인데 뭐 등의 이유로. 이른 아침의 신신도는 혼자 방문한 손님이 많았다. 그들은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밀도 높은 칠면조 가슴살을 얇게 썰어 입에 넣으며 혼자 먹는 식사에 대해 생각했다. 사실 '혼밥'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좋은 것으로 채워야 하지 않을까. 식사가 조금 거칠어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괜찮다. 대화로, 교감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으니까. 그러나 혼자 하는 식사는 나와 음식 둘뿐이다. 식사가 거칠어지면, 서글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은 혼자일 때 더 좋다. 음식의 풍미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혼자서 프리미엄은 좀 과하지 않나 하는 고민도 잠시, 나를 위한 음식들이 하나둘씩 내 앞으로..
- Total
- Today
- Yesterday
- 삶
- 불안
- 단상
- 소린밸브스
- 이민경
- 무라카미하루키
- 공간의위로
- 고양이
- 선물
- 무례
- 레베카라인하르트
- 정희진
- 이민경작가님
- 에세이
- 이별
- 페미니즘
- 달리기
- 나
- 사랑
- 여성혐오
- 인생
- 음악
- 관계
- 공간
- 이민경작가님대구워크숍
- 양성평등에반대한다
- 글쓰기
- 취향
- 철학하는여자가강하다
- 여행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