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4~5년 전에 봤던 글일 것이다. 취준생이던 시절, 자신이 스타트업의 임원 내지는 인사담당자라고 밝힌 그는 -사실 너무 오래되어 정확한 직함은 기억나지 않으나, 본인이 직접 면접을 본다고 밝혔던 기억은 있다- 회사가 작아 면접을 주로 카페에서 보는데, 그 자리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은 무조건 탈락시킨다고 했다. 그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지원자를 '개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비슷한 예로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들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나는 뜨끔했고,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에서 아득해졌다.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면도 없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서 내 취향에 대한 일말의 의심조차 없이 '그럼 이제 뭘 먹지?..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하람:그러니까 이 질문은 나에게는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어렵다. 뭔가 부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아는 친구에게 "너는 네 취향을 제대로 알고 있어서 부럽다."고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러자 돌아오는 의외의 반응. "뭐? 난 오히려 네가 네 취향을 뚜렷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넌 항상 싫어하는 게 명확하잖아." 그래. 나는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데는 서툴지만, 싫어하는 것을 표현하는 데는 거침없다.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고민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 '좋아함의 단계' 같은 게 있어서 1에서 5까지 점수를 매겼을 때 4점 이상일 때, 혹은 5점 만점을 받았을 때만 타인에게 얘기할..
나의 취향, 탈코르셋, 그리고 백래시.-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카트리네 마르살 교토에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낯선 언어? 교통 체계? 사람들? 아니, 나 자신 때문에. 나는 일본 스트릿 패션을 좋아했었다. 타인의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 옷을 입은 적은 거의 없었지만, 그런 스타일의 옷을 볼 때마다 입고 싶다고 생각했고 눈여겨보곤 했었다. 그리고 일본 교토에서 내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런 옷이 DP 된 매장을 볼 때마다 나는 혼란스러워졌고 자꾸만 최근에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우리가 성 역할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때, 어린 소년들이 분홍색 옷을 입는다거나 남성 임원들이 ‘자신이 진지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꽃무늬 옷을 입고 출근한다는 ..
나는 무엇이 불안한가? 불안할 때는 차라리 일어나서 뭐라도 시작하는 게 낫다는 글을 봤다. 가만히 불안해하는 것보다 무엇 하나라도 시작하면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해지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일단 뭐라도 시작해야 불안을 헤쳐나갈 수 있다. 요즘 나는 나만의 속도를 찾아가고 있다. 꾸준히 내 속도를 지켜 나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삶에 도달할 수 있겠지. 너무 느리더라도 조급해하지 말자. 인생은 기니까. 나는 목적지에 도착할 거니까. 딸기라떼의 수혈이 간절한 아침. 오늘따라 유독 손끝이 차다. 국가는 왜 '저출산'에 집착하는가?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사실 인구가 많다고 해서 그 국민에게 모두 일자리를 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점점 기계가 대체하는 인력이 늘어나는 마당..
고등학교 3학년 때, 잠깐 눈을 붙인다고 엎드렸다가 일어나면 나에게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어째서 그 냄새를 시체 썩는 냄새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날 때마다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고, 그 냄새가 그때의 나에게는 시체 썩는 냄새처럼 느껴졌었다. 남들은 공부하는 시간에 혼자서 잠을 자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썩어가는 시체처럼 느껴지게 했던 것일까. 힘을 빼자, 너무 힘주지 말자고 나를 다독여도 펜을 잡으면 힘이 들어간다. 무엇을 그렇게 꾹꾹 눌러 담고 싶은 걸까? 무언가에 집중했을 때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를 악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적도 있다. 나의 무의식에서 무엇이 그렇게 간절했던 것일까? 이를 악물었던 순간이 끝난 나에게 되묻는다.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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