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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1회씩 요가 수업을 들은 지도 벌써 4개월째다. 사실 주 1회 수업으로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 1회 수업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 요가 수업을 하러 갔을 땐, 모든 게 어려웠다. 난생처음 보는 동작들을 취하면서 함께 얘기해주는 이름들은 낯설기만 했고,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동작인지 유추할 수 없으니 선생님께서 자세를 취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동작 하나하나를 흉내 내기에 급급했다. 사실 운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이 받았다. 내 몸에 있는 줄도 몰랐던 근육들이 수업 다음 날이면 '나 여기 있다'고 소리를 질러댔으니 말이다. 한 달쯤 지났을 때, 그래도 이름을 아는 동작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거울 속의 나를 지켜보곤 했다. 동작 하나하나를 할 때, 나의 몸들이 제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자세들이 익숙해지면서부터는 거울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동안 다른 회원들을 지켜보던 중, 내 눈에 들어온 회원님이 있었다. 그분은 눈을 감은 채 지금의 자세에 집중하고 계셨다. 아! 그분을 보면서 깨달았다. 요가는 일종의 정신수련이라는 것을. 나의 몸에 집중하는 것을 배우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지금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그분의 모습을 보고 난 뒤로 요가를 하는 나의 모습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동작 하나에, 동작을 취하는 나 자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동작을 취할 때마다 지금 어떤 근육을 쓰고 있는지, 그 근육에서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 느끼고자 했다. 내가 유독 잘 못 하는 자세들을 취할 때는 다치지 않도록 평소보다 조심히 움직였고, 내 몸이 불편하다면 무리해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즈음 해서 요가 선생님도 내 자세를 교정하는 횟수가 줄었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에게, 그 순간에 집중하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한다. 어떨 때는 작은 불편함에도 나에게 관대해질 때도 있지만(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거울 속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 버리면 나에겐 조금 무리라고 느껴지더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보기도 한다. 그래도 처음 요가를 배울 때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기분이 든다. 내 몸을 사용하는 것의 즐거움을 배우고, 나 자신이 새로운 동작을 무리 없이 해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이건 요가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내 몸은 나의 것'을 넘어서, 내 몸이 바로 나라는 기분!
좀 더 나 자신에게 온전하게 집중하는 방법이 능숙해지면, 더는 요가라는 수단을 통하지 않고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조금 더 정신적으로 성숙한 나를 상상하며 오늘도 요가 수업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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