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씨를 즐기러 나가지 않다니 너 꽤나 사치스럽구나." 이 말을 처음 들었던 순간의 당혹스러움이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을뿐더러, 집 안에 있는 것이 더 좋은 나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좋은 날씨를 흘려보내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사치처럼 여겨질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에 적잖게 놀랐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좋은 날씨를 흘려보내는 것이 꽤나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 그건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다. 요즘의 '완벽한 날씨'는 불가능에 가깝다. 쾌적한 기온,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무색하게도 연일 미세먼지 경보가 울린다. 그래도 미세먼지만 빼면 다 좋은데 싶은 마음에 밖으로 나갔다가 며칠씩이나 칼칼한 목으로 고생했던 경험 때문에, ..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있다면 그곳은 공항이 아닐까. 비행기는 한 번씩 위아래로 흔들렸고, 그 순간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지금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죽음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느꼈다. 하루카는 오사카를 한 바퀴 감아서 교토로 간다. 하루카에서 본 오사카의 모습은 신선했다. 기차를 타고 한국을 둘러본다면 몇 개의 높은 건물에 가려져 전체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힘들 텐데, 건물이 대체로 낮아서 조금만 높은 지대로 올라가도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짱구를 볼 때마다 일본인은 대체로 주택에 사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오사카는 짱구네 마을 같은, 그러니까 낮은 주택이 많은 느낌이었다. 모든 집이 일본식 가옥은 아니었으나(간간이 심즈에서 나올 것 같은 집도 눈에 띄었다) 일본식 가옥도 꽤 ..
'에세이는 그 시기에 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 나른한 오후의 고양이처럼, 걱정 없이 한없이 늘어져있고만 싶은 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 "이렇게 좋은 날씨에 집 안에만 있다니 사치스러워!"라고 말한 친구가 있었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이해가 된다. 세상에서 나만 똑똑하다 여기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까? 흐린 기억 속에서 감사한 분이 떠올랐다. 어쩌면 귀를 닫아버릴 수도 있는 사회초년생의 고민을 들어주시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조율해주셨던 분. 어쩌면 이분이 계셨기 때문에 그곳에서 탈 없이 지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분도 종종, 자신의 가치관을 내세우며 위에서 내린 프로젝트를 못 하겠다던 사고뭉치를 기억하실까? 멀리서 그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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