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희망 도서를 신청했었는데 연락이 오지 않는다. 처리 상태 ‘취소됨.’ 취소 사유는 간략했다. ‘구매 중인 도서입니다.’ 대체로 희망 도서가 취소되면 서운한 감정이 앞서곤 하지만, ‘구매 중인 도서’라는 이유로 취소되면 기분이 좋다. 묘한 설렘이 몸을 감싼다. 나 말고도 누군가가 이 책을 원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또 다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왜 이 책을 읽고 싶었을까. 도서관에 있는 몇몇 낡은 책 뒷면에는 작은 봉투와 함께 도서 대출 카드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모든 처리 과정이 전산화되어 더 이상 쓰지 않지만, 그리고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그 봉투와 대출 카드도 떼어냈지만, 몇몇 낡은 책에서 작은 봉투와 도서..
책을 선물 받는다는 것. 가치관을 선물 받는 것.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결국엔 내 입맛에 맞는 책을 읽게 된다. 비슷비슷한 책들. 책을 많이 읽으니 선물로 책을 사주겠다며, 갖고 싶은 책이 없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말한다. "제가 갖고 싶은 책은 제가 살게요. 읽고 좋았던 책을 선물해주세요." 알고 있다. 누군가를 위한 책 선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책들, 그중에서 그 사람도 좋아할 것만 같은 책을 추리고, 또 한 번, 그 사람이 읽었다는 책은 뺀다. 그렇게 서가를 이쪽, 저쪽을 기웃거리며 그 사람을 위한 책을 고른다. 한 권의 책. 그렇게 고른 선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감사하다. 책은 특별한 포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이 선물 상자를 흔들고 포장지를 만지며 내용..
거리감: "어유, 많이 예뻐졌네.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 명절에 오가는 흔한 덕담이 불편하고, 그들에게서 거리감을 느끼는 건 지금 내가 그들과 다른 가치관을 갖고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겠지. '앞으로 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거야.' 회포를 푸는 그들을 바라보는데 서글픈 감정이 밀려들었다. 생각이 많을 때면 무언가를 읽거나, 보거나, 듣곤 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내 안으로 밀어 넣어 내 생각을 희석하려고 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각이 날 때는 잠들어버렸다. 그렇게 생각을 차단하곤 했다. 불안 역시 당연한 느낌이자 상태다. 불안은 자기와 다른 무엇을 스치는 순간 모든 생명체가 갖는 자기 보존 본능이다. 피하지 않고 대면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 불안을 응시하며 스스로 걸어 들어가..
감기 기운이 있는지 목이 칼칼하더니, 어제저녁부터는 코도 막히기 시작했다. 자려고 누웠지만 잠은 들지 못한 채 뒤척거리기만을 삼십 분. 일어나자마자 코 감기약을 사 들고 왔다. 식후 두 알씩. 어릴 때는 약을 먹고 나서 약 기운에 취해 잠드는 게 너무 싫었는데, 최근에는 약 기운에 취해서라도 눈을 좀 붙이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운명을 만날 때가 있다. 어딘가 작은 마을로 놀러 가고 싶었던 내 눈에 뜨인 글. 읽던 중 느꼈다. 여기는 가야 해. 이건 내 운명이야. 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운명을 만났고, 그곳의 분위기와 사랑에 빠졌다. 지독한 외사랑의 시작. 나는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아니 여행을 끝내고도 사랑 속에서 허우적거릴지도 모른다. 설을 앞두고 책을 선물 받았다. 갖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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