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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기간은 포근했는데, 갑작스럽게 한파가 들이닥쳤다. 영하 4도. 손난로가 필요한 기온.
까칠한 아기가 타고 있어요. 차 뒤에 붙인 많은 문구 중 가장 기분 나쁜 문구다. 너네 집 애가 까칠해서 나보고 뭐 어쩌란건지? 아니면 본인이 까칠한 아기란 말씀이신지?
나를 하나의 색깔로 표현한다면 나는 무슨 색깔일까? 내가 원하는 나의 색깔과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색깔은 다르겠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내가 분홍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내 물건중에 에메랄드색 물건이 꽤 많다는 것이다. 나를 표현하는 색깔은 내가 좋아하는 색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그렇게 튀는 사람도, 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아닌데 에메랄드 색은 나에겐 너무 과하지 않나? 너는 어떻게 생각해? 에메랄드 색 다이어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화장을 하고 다닐 때 가장 신경썼던 건 피부 화장이었다. 홍조. 나는 홍조가 꽤 심한 편이었고, 얼굴의 붉은끼를 가리기 위해 차곡차곡 파운데이션을 쌓아 올리곤 했다. 선크림만 바르고 다닌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간 아무도 나에게 뭐라하지 않았기에 나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코르셋은 처음 벗을 때가 어색하고 불편할 뿐이지, 막상 벗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나이보다 어려보이시네요. 얼굴에 홍조끼가 심해서 그런가." 초면의 여성분은 다짜고짜 나를 평가했다. "제가 화장품 판매를 하고 있어서요. 사람을 보면 이런 부분들이 먼저 보여요." 예예, 그러시군요. 솔직히 속상했다. 다들 얘기하지 않을 뿐 내 결점을 못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만 그 결점이 보인다고 해서 내뱉는 건 무례한 행동 아닌가. 자연스럽게 자기 화장품을 설명하는 그에게 먼저 가보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먼저 무례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내가 굳이 예의를 차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나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Top of the world. 지나가다 스치듯 들은 가사. 내가 아는 Top of the world는 The Carpenters의 노래 뿐인데. 찾아보니 내가 알고 있는 노래는 무려 1972년에 나왔다고 한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친구네 집에서였다. 노래를 좋아했던 친구의 집은 항상 잔잔한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곡은 가사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사가 있는 몇 안되는 노래 중 하나가 The Carpenters의 Top of the world였다. 친구네 집의 DJ였던 친구 어머니의 나이는 모르니, 우리 엄마에 대입해서 계산해보자면... 1972년이면 우리 엄마는 일곱살이셨는데!? 아니, 그 친구는 언니도 있었으니까 그 친구의 어머니는 우리 엄마보다는 나이가 좀 더 있으셨겠지? 어쩌면 친구의 어머니가 십대에 좋아했을 노래를 십대의 우리가 듣고,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기적일지도 모른다. 또 내가, 아니면 그 친구가 어떤 십대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면 그건 또 다른 기적이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들 중에 십대 때부터 좋아하던 것들은 어떤게 있을까?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판이하게 다른데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생.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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